아내를 애도하며(喪配自輓)
아내를 애도하며
만나기는 왜 그리 늦은데다 헤어지기는 왜 그리 빠른지
기쁨을 맛보기 전에 슬픔부터 맛보았네..
제삿술은 아직도 초례때 빚은 것이 남았고
염습옷은 시집 올 때 지은 옷 그대로 썼네..
창 앞에 심은 작은 복숭아 나무엔 꽃이 피었고
주렴 밖 새 둥지엔 제비 한 쌍이 날아 왔는데
그대 심성도 알지 못해 장모님께 물으니
내 딸은 재덕을 겸비했다고 말씀하시네..
喪配自輓 상배자만
遇何晩也別何催 未卜其欣只卜哀 우하만야별하최 미복기흔지복애
祭酒惟餘醮日釀 襲衣仍用嫁時裁 제주유여초일양 습의잉용가시재
窓前舊種少桃發 簾外新巢雙燕來 창전구종소도발 렴외신소쌍연래
賢否卽從妻母問 其言吾女德兼才 현부즉종처모문 기언오녀덕병재
*輓(만):애도하다 遇(우):만나다 催(최):재촉하다 빨리하도록 다그치다 卜(복):점 미리알다 欣(흔):기뻐하다 只(지):다만 오직 醮(초):초례 혼례 釀(양):빚다 술을빚다 仍(잉):몇 겹으로 겹쳐져 많은 모양 裁(재):옷을 짓다 發(발):(꽃이)피다 簾(렴):(햇볕을 가리는데 쓰는)발 주렴(珠簾):구슬 따위를 실에 꿰어 만든 발 수렴청정(垂簾聽政):왕대비가 신하를 대할 때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 보지 않기 위해서 그 앞에 발을 늘이던 데서 비롯된 말 賢否(현부):심성(성품)이 좋았는지 여부 其(기):그(의) 그들(의)
*시집 온 지 얼마 안 되어 아내의 상을 당한 남편을 대신하여 김삿갓이 지은 시이다.
아내가 떠난 집에 제비가 찾아오고 복숭아 꽃이 피니, 아내를 그리는 정이 더욱 간절해짐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