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와이즈 혜성, 지구를 떠나다/ 전관표
몇 달째 감기 몸살로 시대(時代)는 아프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러다 끝나는 것이 아닌가 두렵다
늦은 후회, 번영의 바벨탑 높이와
빈곤의 싱크홀 깊이는 의미 없다
고열에다 피 토할 기침 증상은 비슷하다
윗동네 옆 동네 바다 건너 녀석들 모두
땅 뺏기 놀이로 도통 집에 가질 않는다
그저 개미들이 봉변을 당하기도 하고
파리들은 영악하게 땀을 빨아 먹으려 윙윙대고
스텔스 모기들은 사타구니에 몰래 앉아
피 냄새에 주둥이는 침을 흘리고 있다
코마에 빛나는 초록불을 반짝이며
네오와이즈 혜성이 지구 하늘을 떠났다
빗살무늬 토기에 가득 담긴 물에
비쳐진지 6800년이 지난 후였다
다시 6800년 후 돌아 올 때
네오와이즈를 바라볼 저 생명체는 무엇인가
우주의 보이지 않는 먼지들이여
달빛 한 줌 흔들리지 못할 바람들이여
털끝 만 큼의 시간도 갖지 못할 세포들이여
이제 모두 집으로 돌아가 하늘을 보며
겸손하게 눈을 감아 보기를
2020년 여름 지구촌 별지기들을 환호케 했던 네오와이즈 혜성이 지구 하늘을 떠났다. 현재는 머리털자리에 들어섰으며, 거리는 화성만큼이나 멀어 한국에서는 쌍안경으로도 찾기 힘들게 되었다. 게다가 장마로 인해 더이상 혜성 관측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0년 3월 27일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발사한 적외선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지구에 근접하는 천체를 찾는 네오와이즈 프로젝트에 의해 발견된 이 혜성은 주기가 무려 6800년이다. 이 혜성의 지난 회귀는 신석기시대인 기원전 5000년경으로, 전 세계 인구가 약 4000만 명이었던 시기였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북반구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최초의 밝은 혜성이었던 네오와이즈는 6월 9일 7등급 밝기로 눈으로 관측이 불가능할 정도였지만, 2020년 6월 27일 NASA의 소호(SOHO) 태양관측위성의 LASCO-3 카메라의 시야에 나타났을 때 100배로 밝아져 2등급을 기록했다. 맨눈으로 볼 때 가장 밝은 별이 1등급, 가장 어두운 별이 6등급이다.
2020년 7월 3일 수성 궤도 부근에서 근일점(태양에 가장 가까워지는 위치)을 통과한 네오와이즈 혜성은 7월 23일 지구에 가장 근접했는데, 이때 거리는 약 1억km로 지구와 태양 거리(1억5천만km)의 약 3분의 2 지점까지 다가왔다.
2020년 8월 현재 대략 총알 속도의 64배인 초속 64km의 속도로 지구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는 네오와이즈는 아주 길쭉한 타원형 궤도를 돌기 때문에 태양과의 거리에 따라 속도가 달라진다. 즉, 태양에 멀수록 속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외부 태양계(혜성의고향 오르트구름)로 향하는 네오와이즈가 앞으로 3400년을 날아 도착할 궤도의 끄트머리(원일점)는 지구로부터 약 630AU(천문단위1AU=지구태양간 거리 1억5천만km)로 추정된다. 지구를 떠나 43년째 날아가고 있는 보이저 1호의 현재 거리가 약 150AU인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먼 거리인지 실감할 수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지구에 숱한 화제를 뿌려놓고 떠난 네오와이즈는 카메라 렌즈에 가장 많이 담긴 혜성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수많은 지구촌 사람들이 네오와이즈를 관측하고 흥미롭고 박력있는 혜성 사진들을 SNS에 올려 전 인류가 공유했으며, 그중에는 혜성을 배경으로 프로포즈하는 낭만적인 커플들도 여럿 있었다.
한국에서는 우기가 겹쳐 제대로 관측하기가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별지기들이 네오와이즈 사진을 찍어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먼길을 떠나는 네오와이즈를 배웅하는 의미에서 이들 재미있고 아름다운 사진들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