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17

설경(雪景)

설경 날리는 눈송이는 춘삼월 나비같고 밟히는 눈소리는 오뉴월 개구리 소리 같네.. 주인은 나 못 가게 추워서 못가요 눈 핑계대며 취하면 혹여 머무를까 또 술잔을 권하네.. 雪景 설경 飛來片片三月蝶 비래편편삼월접 踏去聲聲六月蛙 답거성성유월와 寒將不去多言雪 한장불거다언설 醉或以留更進盃 취혹이유갱진배 *飛來(비래):(눈이)휘날리는 모양 片片(편편):조각조각 송이송이 三月蝶(삼월접):춘삼월의 나비 踏去(답거):밟고 가다 六月蛙(유월와):유월의 개구리 將(장):장차 앞으로 不去(불거):가지않다 머무르다 多言雪(다언설):(지금 밖에)눈이 내린다고 자꾸 이야기함(수다스럽게 말함) 醉或(취혹):혹시 취하면 以留(이유):머무를까 更(갱):다시 또 進盃(진배):술을 권하다(드리다) *눈이 오는데도 길을 떠나려는 김삿갓을 ..

카테고리 없음 2022.02.19

나를 돌아보며 우연히 읊다(自顧偶吟)

나를 돌아보며 우연히 읊다 푸른 하늘 웃으며 쳐다보니 마음이 편안하건만 세상길 돌이켜 생각하면 다시금 아득해지네.. 가난하게 산다고 집사람에게 핀잔 받고 제멋대로 술 마신다고 시중 여인들에게 놀림 받네.. 세상만사를 맑은날 흩어지는 꽃같이 여기고 일생을 밝은 달과 벗하여 살자고 했지.. 내게 주어진 팔자가 이것뿐이니 청운이 분수밖에 있음을 차츰 깨닫네.. 自顧偶吟 자고우음 笑仰蒼穹坐可超 소앙창궁좌가초 回思世路更迢迢 회사세로경초초 居貧每受家人謫 거빈매수가인적 亂飮多逢市女嘲 난음다봉시녀조 萬事付看花散日 만사부간화산일 一生占得月明宵 일생점득월명소 也應身業斯而已 야응신업사이이 漸覺靑雲分外遙 점각청운분외요 顧(고):돌아보다 偶(우):짝 뜻하지 않게 만남을 나타내는 말(우연히) 仰(앙):우러르다 蒼(창):푸르다 穹..

카테고리 없음 2021.11.24

옥구 김진사(沃溝金進士)

옥구 김진사 옥구에 사는 김진사가 내게 옆전 두 푼을 던져 주네.. 한 번 죽으면 이런 수모 없으련만 이 한몸 살아 있는게 평생에 한이 되네.. 沃溝金進士 옥구김진사 與我二分錢 여아이푼전 一死都無事 일사도무사 平生恨有身 평생한유신 沃溝(옥구): 현재 군산시에 통합된 조선시대 옥구현(沃溝縣)으로 지방관(수령) 직급은 종6품 현감이었다 與(여): 주다 與我(여아): 나에게 주다 分(분.푼): 나눌 분 화폐(무게.길이)단위 푼 1냥(兩)=10전(錢)=100푼(分) 都(도): 모두 都無事(도무사): 전혀 일이없다 有身(유신): 몸이 살아있다 *옥구 김진사의 집을 찾아갔더니 그는 남루한 김삿갓을 거지인줄 알고 그에게도 거지에게 주던 버릇대로 엽전 두 닢을 던져 주었다. 분하고 속상하여 즉석에서 이 시를 지어 대문..

카테고리 없음 2021.10.27

내 삿갓(詠笠)

내 삿갓(삿갓을 노래하다) 가뿐한 내 삿갓 빈 배와 같아 한번 썼다가 사십 년 평생 쓰게 되었네.. 목동은 가벼운 삿갓 차림으로 소 먹이러 나가고 고기잡는 늙은 어부 갈매기 벗하며 쓰는게 본 모습이지.. 취하면 벗어서 구경하던 꽃나무에 걸고 흥겨우면 들고서 누각에 올라 달 구경하네.. 속인들의 의관은 모두 겉치장이지만 하늘 가득 비바람쳐도 나만은 걱정 없다네.. 詠笠 영립 浮浮我笠等虛舟 一着平生四十秋 부부아립등허주 일착평생사십추 牧竪輕裝隨野犢 漁翁本色伴沙鷗 목수경장수야독 어옹본색반사구 醉來脫掛看花樹 興到携登翫月樓 취래탈괘간화수 흥도휴등완월루 俗子依冠皆外飾 滿天風雨獨無愁 속자의관개외식 만천풍우독무수 詠:읊을(노래할) 영 浮:뜰(가벼울) 부 虛:비다 허 秋:가을(나이.세월) 추 竪:더벅머리 수 牧堅(목수):..

카테고리 없음 2021.10.09

진달래꽃(두견화) 소식을 묻다(問杜鵑花消息)..

問杜鵑花消息 문두견화소식 問爾窓前鳥 문이창전조 何山宿早來 하산숙조래 應識山中事 응식산중사 杜鵑花發耶 두견화발야 ​ 진달래꽃 소식을 묻다 창문 앞에 와서 지저귀는 새야! 어느 산에서 자고 날아왔느냐? 산중의 소식을 너는 잘 알리라 … 산에는 지금 진달래꽃이 만발했겠지? *김병연(金炳淵,1807~1863)조선 후기 시인으로 본관은 신안동(安東), 자는 성심(性深), 호 난고(蘭皐)이다. 속칭 김삿갓 혹은 김립(金笠)이라고도 부른다. 아버지는 김안근(金安根)이며 경기도 양주 명문 세도집안(장김)에서 출생하였다. 1811년(순조 11) 홍경래의 난 때 선천부사(宣川府使:선천방어사)로 있던 조부 김익순(金益淳)이 홍경래에게 항복하였기 때문에 연좌제의 의해 집안이 망하였다. 당시 6세였던 그는 하인 김성수(金聖洙)..

카테고리 없음 2021.10.05

야박한 풍속(風俗薄)..

風俗薄 풍속박 斜陽鼓立兩柴扉 사양고립양시비 三被主人手却揮 삼피주인수각휘 杜宇亦知風俗薄 두우역지풍속박 隔林啼送不如歸 격림제송불여귀 야박한 풍속 석양에 사립문 두드리며 멋쩍게 서있는데 집 주인이 세 번씩이나 손 내저어 물리치네.. 저 두견새도 야박한 풍속을 알았는지 돌아가는게 낫다고 숲속에서 울며 배웅하네.. 斜:빗길 사. 鼓:북 고. 柴:섶 시. 扉:문짝 비. 被:이불(당하다) 피. 揮:휘두를 휘. 杜:팥배나무(두견) 두. 薄:엷을 박. 隔:막을 격. 啼:울 제.

카테고리 없음 2021.10.05

스스로 탄식하다(自嘆)..

스스로 탄식하다 슬프다 천지간 남자들이여 내 평생을 알아줄 자가 누가 있으랴.. 부평초 물결 따라 삼천리 자취가 어지럽고 거문고와 책으로 보낸 사십년도 모두가 헛것일세.. 청운은 힘으로 이루기 어려워 바라지 않았거니와 백발도 정한 이치이니 슬퍼하지 않으리라.. 고향길 가던 꿈을 꾸다 놀라서 깨어 앉으니 삼경에 남쪽지방 새 울음만 남쪽가지에서 들리네.. 自嘆 자탄 嗟乎天地間男兒 知我平生者有誰 차호천지간남아 지아평생자유수 萍水三千里浪跡 琴書四十年虛詞 평수삼천리랑적 금서사십년허사 靑雲難力致非願 白髮惟公道不悲 청운난력치비원 백발유공도불비 驚罷還鄕夢起坐 三更越鳥聲南枝 경파환향몽기좌 삼경월조성남지 嗟:탄식할 차 萍:부평초 평 浪:물결 랑 跡:발자취 적 惟:생각할 유 罷:파할 파 *월조(越鳥)는 남쪽지방의 새인데 다..

카테고리 없음 2021.10.05

주막에서 목을 축이다(艱飮野店)..

주막에서 목을 축이다 천릿길을 지팡이 하나에 맡겼으니 남은 엽전 일곱 푼도 오히려 많아라.. 주머니 속 깊이 있으라고 다짐했건만 석양 주막에서 술을 보았으니 내 어찌하랴.. 艱飮野店 간음야점 千里行裝付一柯 餘錢七葉尙云多 천리행장부일가 여전칠엽상운다 囊中戒爾深深在 野店斜陽見酒何 낭중계이심심재 야점사양견주하 * 艱(간) 고생살이, 가난함 *付(부) 의지하다, 맡기다 * 尙(상) 오히려 * 云(운) 이르다, 말하다 * 爾(이) 너, 당신, 이녁(여기서는 엽전 일곱 닢을 가리킴) *深深(심심) 깊숙이 * 見酒何(견주하) 술을 보았으니 어찌하나 *죽장에 삿갓 쓰고 떠돌아 다니는 나그네 길 남은 돈은 엽전 일곱 닢 적은 푼돈이나마 비상금으로 보따리 깊숙이 숨겨 놓았는데, 저녁 노을 붉게 타는 석양 지친 발걸음이 주..

카테고리 없음 2021.10.05

즉흥적으로 읊다(卽吟)

즉흥적으로 읊다 내 앉은 모습이 선승(禪僧) 같으니 수염이 부끄러운데 오늘 밤에는 풍류도 겸하지 못했네.. 등불 적막하고 고향집은 천리인데 달빛마저 쓸쓸해 나그네 혼자 처마를 보네.. 종이도 귀해 분판에 시 한 수 써놓고 소금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잔 마시네.. 요즘은 시도 돈 받고 파는 세상이니 오릉땅 진중자의 청렴만을 내세우지는 않으리라.. 卽吟 즉음 坐似枯禪反愧髥 좌사고선반괴염 風流今夜不多兼 풍류금야부다겸 燈魂寂寞家千里 등혼적막가천리 月事肅條客一檐 월사숙조객일첨 紙貴淸詩歸板粉 지귀청시귀판분 肴貧濁酒用盤鹽 효빈탁주용반염 瓊琚亦是黃金販 경거역시황금판 莫作於陵意太廉 막작오릉의태염 似:같을 사 枯:마를 고 禪:고요할 선 枯禪(고선): 불교용어로 만사(萬事)를 버리고 고목처럼 좌선하다 고고선좌(枯槁禪坐)의..

카테고리 없음 2021.10.04

강좌수가 나그네를 내쫓다(姜座首逐客詩)..

강좌수가 나그네를 내쫓다 사당동 안에서 사당을 물으니 보국대광 강씨 집안이라네.. 선조의 유풍은 북쪽 부처에게 귀의했건만 자손들은 어리석어 서쪽 오랑캐 글을 배웠네.. 주인은 처마 아래서 갓을 숙이며 엿보고 나그네는 문 앞에 서서 지는 해를 보며 탄식하네.. 좌수 별감이 네게는 분에 넘치는 일이니 기병 보졸 따위나 마땅하리라.. 姜座首逐客詩 강좌수축객시 祠堂洞裡問祠堂 輔國大匡姓氏姜 사당동리문사당 보국대광성씨강 先祖遺風依北佛 子孫愚流學西羌 선조유풍의북불 자손우류학서강 主窺檐下低冠角 客立門前嘆夕陽 주규첨하저관각 객립문전탄석양 座首別監分外事 騎兵步卒可當當 좌수별감분외사 기병보졸가당당 *座首(좌수):지방의 주 · 부 · 군 · 현에 둔 향청(鄕廳)의 우두머리. 육방(六房) 중의 이방(吏房)과 병방(兵房)을 맡아..

카테고리 없음 2021.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