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적으로 읊다
내 앉은 모습이 선승(禪僧) 같으니 수염이 부끄러운데
오늘 밤에는 풍류도 겸하지 못했네..
등불 적막하고 고향집은 천리인데
달빛마저 쓸쓸해 나그네 혼자 처마를 보네..
종이도 귀해 분판에 시 한 수 써놓고
소금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잔 마시네..
요즘은 시도 돈 받고 파는 세상이니
오릉땅 진중자의 청렴만을 내세우지는 않으리라..
卽吟 즉음
坐似枯禪反愧髥 좌사고선반괴염
風流今夜不多兼 풍류금야부다겸
燈魂寂寞家千里 등혼적막가천리
月事肅條客一檐 월사숙조객일첨
紙貴淸詩歸板粉 지귀청시귀판분
肴貧濁酒用盤鹽 효빈탁주용반염
瓊琚亦是黃金販 경거역시황금판
莫作於陵意太廉 막작오릉의태염
似:같을 사 枯:마를 고 禪:고요할 선 枯禪(고선): 불교용어로 만사(萬事)를 버리고 고목처럼 좌선하다 고고선좌(枯槁禪坐)의 준말 愧:부끄러워할 괴 反:도리어(반대로) 반 髥:구레나룻 염 兼:다할(겸할) 겸 寂:고요할 적 寂寞(적막):고요하고 쓸쓸함 肅:엄숙하다(고요하다) 숙 肅條(숙조):분위기가 쓸쓸하고 조용하다 檐:처마 첨 板粉(판분):분판(粉板) 아이들이 붓글씨를 익히는 데 쓰는 널빤지 肴:술안주 효 鹽:소금 염 瓊:옥 경 琚:패옥 거 瓊琚(경거):아름다운 옥 여기선 시를 뜻함 亦:또 역 是:어조사 시 黃金:황금 여기선 돈 莫:없을 막 금지 부정의조사 廉:청렴할 염 진중자(陳仲子)는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오릉(於陵)에 살았던 청렴한 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