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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삿갓(詠笠)

김참봉 2021. 10. 9. 13:07

내 삿갓(삿갓을 노래하다)

가뿐한 내 삿갓 빈 배와 같아
한번 썼다가 사십 년 평생 쓰게 되었네..
목동은 가벼운 삿갓 차림으로 소 먹이러 나가고
고기잡는 늙은 어부 갈매기 벗하며 쓰는게 본 모습이지..
취하면 벗어서 구경하던 꽃나무에 걸고
흥겨우면 들고서 누각에 올라 달 구경하네..
속인들의 의관은 모두 겉치장이지만
하늘 가득 비바람쳐도 나만은 걱정 없다네..


詠笠                                                 영립                 
浮浮我笠等虛舟   一着平生四十秋       부부아립등허주   일착평생사십추
輕裝隨野犢   漁翁本色伴沙鷗       목수경장수야독   어옹본색반사구
醉來脫掛看花樹   興到携登翫月樓       취래탈괘간화수   흥도휴등완월루
俗子依冠皆外飾   滿天風雨獨無愁       속자의관개외식   만천풍우독무수

 

詠:읊을(노래할) 영    浮:뜰(가벼울) 부    虛:비다 허   秋:가을(나이.세월) 추    竪:더벅머리 수   牧堅(목수):더벅머리 목동

隨:거느리다(따르다)  수  犢:송아지 독  漁翁(어옹):고기잡이하는 늙은이    本色(본색):본 모습   伴:짝 반   沙鷗(사구):물가의 모래 위에 있는 갈매기   醉來(취래):술 취하면  취기가 오다    掛:걸 괘    携:잡다(지니다) 휴   翫:노리개(구경하다) 완   皆:다 개    外飾(외식):겉만 보기좋게 꾸민 겉치레  滿天(만천):온하늘  하늘가득    愁:근심 수
*자신의 조부를 탄핵하고 시작한 방랑 생활.   언제나 벗이 되어 주며 비바람에도 몸을 보호해 주는 삿갓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리해서 '병연'은 그 이름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이때부터 이 시인은 '병연'이란 이름을 스스로 숨기고 잊어 버렸고  삿갓을 쓴 이름없는 시인이 되었다.   그가 읊은 자신의 '삿갓'시는 표연자적하는 자연과 풍류 속의 자기 운명을 그린 자화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