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삿갓(삿갓을 노래하다)
가뿐한 내 삿갓 빈 배와 같아
한번 썼다가 사십 년 평생 쓰게 되었네..
목동은 가벼운 삿갓 차림으로 소 먹이러 나가고
고기잡는 늙은 어부 갈매기 벗하며 쓰는게 본 모습이지..
취하면 벗어서 구경하던 꽃나무에 걸고
흥겨우면 들고서 누각에 올라 달 구경하네..
속인들의 의관은 모두 겉치장이지만
하늘 가득 비바람쳐도 나만은 걱정 없다네..
詠笠 영립
浮浮我笠等虛舟 一着平生四十秋 부부아립등허주 일착평생사십추
牧竪輕裝隨野犢 漁翁本色伴沙鷗 목수경장수야독 어옹본색반사구
醉來脫掛看花樹 興到携登翫月樓 취래탈괘간화수 흥도휴등완월루
俗子依冠皆外飾 滿天風雨獨無愁 속자의관개외식 만천풍우독무수
詠:읊을(노래할) 영 浮:뜰(가벼울) 부 虛:비다 허 秋:가을(나이.세월) 추 竪:더벅머리 수 牧堅(목수):더벅머리 목동
隨:거느리다(따르다) 수 犢:송아지 독 漁翁(어옹):고기잡이하는 늙은이 本色(본색):본 모습 伴:짝 반 沙鷗(사구):물가의 모래 위에 있는 갈매기 醉來(취래):술 취하면 취기가 오다 掛:걸 괘 携:잡다(지니다) 휴 翫:노리개(구경하다) 완 皆:다 개 外飾(외식):겉만 보기좋게 꾸민 겉치레 滿天(만천):온하늘 하늘가득 愁:근심 수
*자신의 조부를 탄핵하고 시작한 방랑 생활. 언제나 벗이 되어 주며 비바람에도 몸을 보호해 주는 삿갓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리해서 '병연'은 그 이름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이때부터 이 시인은 '병연'이란 이름을 스스로 숨기고 잊어 버렸고 삿갓을 쓴 이름없는 시인이 되었다. 그가 읊은 자신의 '삿갓'시는 표연자적하는 자연과 풍류 속의 자기 운명을 그린 자화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