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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만나 시골집에서 자다(逢雨宿村家)..

김참봉 2021. 8. 20. 15:48

비를 만나 시골집에서 자다 
굽은 나무로 서까래 만들고 처마에 먼지가 쌓였지만
그 가운데가 말(斗)만해서 겨우 몸을 들였네..
평생 동안 긴 허리를 굽히려 안했지만
이 밤에는 다리 하나도 펴기가 어렵구나..
쥐구멍으로 연기가 들어와 옻칠한 듯 검어진 데다
봉창은 띠풀에 막혀 또 얼마나 어두운지 날 밝는 것도 몰랐네..
그래도 하룻밤 옷 적시기는 면했으니
떠나면서 은근히 주인에게 고마워 했네..
 
逢雨宿村家                                    봉우숙촌가
曲木爲椽檐着塵   其間如斗僅容身       곡목위연첨착진   기간여두근용신
平生不欲長腰屈   此夜難謀一脚伸       평생불욕장요굴   차야난모일각신
鼠穴煙通渾似漆   封窓茅隔亦無晨       서혈연통혼사칠   봉창모격역무신
雖然免得衣冠濕   臨別慇懃謝主人       수연면득의관습   임별은근사주인

 

*逢:만날 봉    爲:할(만들) 위    椽:서까래 연    檐:처마 첨    塵:먼지 진    斗:말(부피를 재는 단위) 두   如斗(여두): 한말정도 되는 좁은 공간    僅:간신히 근    容身(용신):몸을 의탁하다    屈:굽힐 굴     此:이 차     此夜(차야):이 밤     謀:꾀할(도모할) 모   

鼠:쥐 서    渾:흐리다 혼   似:~와 같다   封窓(봉창):벽에 작은 구멍을 내고 창틀이 없이 안쪽에서 종이를 발라서 봉한 창문     

茅:띠(띠집) 모    隔:막힐 격     茅隔(모격):띠풀에 막혀    亦:또 역    晨:새벽 신     雖然(수연):비록 그러하나  그래도    慇懃(은근):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하게 속으로 생각하는 깊은 정
*어느 시골집에서 비를 피하며 지은 것으로 궁벽한 촌가의 정경(情景)과 선비로서의 기개가 엿보이는 시다.    누추하지만 나그네에게 비를 피할 수 있도록 베풀어 준 주인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하면서 세속에 굽히지 않으려는 의지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