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만나 시골집에서 자다
굽은 나무로 서까래 만들고 처마에 먼지가 쌓였지만
그 가운데가 말(斗)만해서 겨우 몸을 들였네..
평생 동안 긴 허리를 굽히려 안했지만
이 밤에는 다리 하나도 펴기가 어렵구나..
쥐구멍으로 연기가 들어와 옻칠한 듯 검어진 데다
봉창은 띠풀에 막혀 또 얼마나 어두운지 날 밝는 것도 몰랐네..
그래도 하룻밤 옷 적시기는 면했으니
떠나면서 은근히 주인에게 고마워 했네..
逢雨宿村家 봉우숙촌가
曲木爲椽檐着塵 其間如斗僅容身 곡목위연첨착진 기간여두근용신
平生不欲長腰屈 此夜難謀一脚伸 평생불욕장요굴 차야난모일각신
鼠穴煙通渾似漆 封窓茅隔亦無晨 서혈연통혼사칠 봉창모격역무신
雖然免得衣冠濕 臨別慇懃謝主人 수연면득의관습 임별은근사주인
*逢:만날 봉 爲:할(만들) 위 椽:서까래 연 檐:처마 첨 塵:먼지 진 斗:말(부피를 재는 단위) 두 如斗(여두): 한말정도 되는 좁은 공간 僅:간신히 근 容身(용신):몸을 의탁하다 屈:굽힐 굴 此:이 차 此夜(차야):이 밤 謀:꾀할(도모할) 모
鼠:쥐 서 渾:흐리다 혼 似:~와 같다 封窓(봉창):벽에 작은 구멍을 내고 창틀이 없이 안쪽에서 종이를 발라서 봉한 창문
茅:띠(띠집) 모 隔:막힐 격 茅隔(모격):띠풀에 막혀 亦:또 역 晨:새벽 신 雖然(수연):비록 그러하나 그래도 慇懃(은근):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하게 속으로 생각하는 깊은 정
*어느 시골집에서 비를 피하며 지은 것으로 궁벽한 촌가의 정경(情景)과 선비로서의 기개가 엿보이는 시다. 누추하지만 나그네에게 비를 피할 수 있도록 베풀어 준 주인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하면서 세속에 굽히지 않으려는 의지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