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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 한 그릇(粥一器)..

김참봉 2021. 8. 20. 15:50

죽 한 그릇
네다리 소나무 소반에 멀건 죽 한 그릇.
하늘빛과 구름 그림자가 그 속에서 함께 떠도네..
주인이여 미안하다 말하지 마시게.
청산이 물에 거꾸로 비친 모습 나는 좋다오..

粥一器                                      죽 한 그릇
四脚松盤粥一器  天光雲影共排徊    사각송반죽일기  천광운영공배회
主人莫道無顔色  吾愛靑山倒水來    주인막도무안색  오애청산도수래

*脚:다리 각   松:소나무 송    盤:소반 반    粥:죽 죽    器:그릇 기    天光(천광):하늘 빛
雲:구름 운   影:그림자 영    共:함께 공   徘:노닐 배    徊:노닐 회    排徊(배회):이리저리 떠돌다
莫:말(하지마라) 막    道:길(말할) 도    莫道(막도):말하지 말라    顔:얼굴 안     
無顔色(무안색):볼 낯이 없다   吾:나 오    愛:사랑할 애   靑:푸를 청   倒:거꾸로 도   來:올 래

*산골의 가난한 농부 집에 하룻밤을 묵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주인은 멀건 죽 한 그릇을 차려준다.
죽 밖에 대접할 것이 없어 미안해하는 주인에게 시 한 수를 지어 주지만 글 모르는 그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원래 제목이 없는 한시(無題)였으나  ‘죽 한 그릇’이란 이름으로 널리 애송되고 있다.   그는 평생을 떠돌아 다녔으니 박대당한 집도 많았기에 야박한 주인장을 비꼬는 시도 여럿 썼다.  그러나 시 속의 주인처럼 자신의 먹을 것을 나누면서도 오히려 미안해하는 민초들의 인심 덕분에 그의 방랑은 가능했으리라.  멀건 죽에 비친 그 마음이 청산이고 구름이며 하늘이다.  김삿갓이 죽도록 사랑해서 떠나지 못했던 것도 바로 나그네를 대하는 그 '소박한 인심' 때문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