炤井戱作 소정희작 우물에 비친 내 모습보고 장난삼아 짓다
不對靑銅久 부대청동구 오랫동안 거울을 보지 않았더니
吾顔莫記誰 오안막기수 내 얼굴조차 잊어 버렸네..
偶來方炤井 우래방소정 우연히 우물에 비친 모습을 보니
似昔稍相知 사석초상지 전에 어디선가 본 듯한 녀석일세..
*炤(소) 비추다 *莫(막) 없다 저물다 *偶(우) 우연 *似(사) ~같다 ~인듯하다 *昔(석) 옛날 *稍(초) 점점 차츰차츰
*이규보(李奎報,1168~1241)경기도 여주출신의 고려 명문장가이자 문신으로 자는 춘경(春卿)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 본관은 황려(黃驪=여주)이다. 걸출한 시호(詩豪)로서 호탕 · 활달한 시풍으로 당대를 풍미했는데, 특히 벼슬에 임명될 때마다 감상을 읊은 즉흥시로 유명하다. 말년에 시와 거문고, 술을 즐겼다 하여 ‘삼혹호(三酷好) 선생(先生)’이라고 자청하기도 했다. 경전, 사기, 잡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학 작품을 남겼다. 저서에 《동국이상국집》, 《국선생전》 등이 있으며, 작품으로 《동명왕편》 등이 있다.
兒三百飮酒 아삼백음주 술을 마시는 아들 삼백에게 .. 백운거사 이규보
汝今乳齒已傾觴 여금유치이경상 나이도 어린 네가 벌써 술을 마시다니
心恐年來必腐腸 심공연래필부장 머지않아 네 창자가 다 썩을까 염려스럽구나
莫學乃翁長醉倒 막학내옹장취도 고주망태 네 아비를 닮을 일이 뭐 있느냐
一生人道太顚狂 일생인도태전광 평생토록 남들은 나를 미치광이라 했다
一世誤身全是酒 일세오신전시주 내평생 내몸 망친것은 모두가 술 탓인데
汝今好飮又何哉 여금호음우하재 너도 술 마시기를 좋아하니 어찌한단 말이냐
命名三百吾方悔 명명삼백오방회 네 이름을 삼백이라 지은것을 지금 후회하고있다
恐爾日傾三百杯 공이일경삼백배 너가 매일 삼백잔을 마실까봐 두렵기도 하구나
*아(兒): 아이. 우리 아들 *삼백(三百): 지은이의 아들 이름 *음주(飮酒): 술을 마시다.
*여(汝): 너 *금(今): 이제. 지금. 현재 *유치(乳齒): 어린 나이 *이(已): 이미. 벌써.
*상(觴): 술잔 *경상(傾觴): 술잔을 기울이다. 술을 마시다 *심공(心恐): 염려가 되다. 걱정스럽다.
*년래(年來): 오래지 않아. 머지않아. 요새 *필(必): 반드시. 아마 틀림없이
*부장(腐腸): 창자를 썩게 하다 *막(莫): 말다. ~하지 말라 *학(學): 배우다 *내옹(乃翁): 네 아버지.
*장(長): 길이. 오래도록 *취도(醉倒): 취하여 넘어지다. 고주망태가 되어 쳐박히다.
*일생(一生): 한 평생을. 한 평생 동안 *인(人): 남. 사람들. 남들 *도(道): 길. 말하다
*태(太): 크다. 아주. 매우 *전(顚): 넘어지다 *전광(顚狂): 미치광이. 정신병자 *일세(一世): 한 세상. 한 평생
*오신(誤身): 몸을 그르치다 *전(全): 전적으로. 전부. 완전히 *시주(是酒): 술이다. 술탓이다.
*여금(汝今): 네가 지금 *호음(好飮): 술마시기를 좋아하다 *우하재(又何哉): 또 어찌된 거냐? 무슨 까닭이냐?
*명명(命名): 이름을 짓다. 이름을 붙이다 *오방회(吾方悔): 내가 바야흐로 후회한다. 지금 후회하고 있다.
*공(恐): 염려스럽다 *이(爾): 너. 네가 *일(日): 하루에. 날마다 *경(傾):기울이다 *삼백배(三百杯): 술 삼백 잔.
백운거사 이규보(李奎報,1168~1241)선생께서 요절한(첫째아들이 요절한건데 착각한것임) 아들의 兒名인 三百을 그리워 하며 지은 詩다. 선생이 고려 당대 유명했던 문장가 오세문(吳世文)과 내기로 300字나 되는 압운시(押韻詩)가 완성되어
기뻐하던 날에 이 아들이 태어나, 너무 기쁘고 귀여워서 아명으로 '三百'이라 지었다고 한다.
미래정 만산홍님 답글.. 이규보의 첫째 아들 이관(李灌)은 요절하였습니다. 이규보가 28세 되던 해에 「화오동각삼백운시(和吳東閣三百韻詩)」라는 제목의 시를 지은 날 둘째 아들인 이함(李涵)이 태어나자, 아명을 ‘삼백(三百)’이라 지었습니다. 이함(李涵)은 요절하지 않았습니다. 이규보가 7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다음에, 이함(李涵)이 이규보의 연보(年譜)를 작성하고 문집도 간행하였습니다(여주이씨 족보와 다른자료 찾아본결과 이 답글이맞음)
농부를 대신하여 읊다
논바닥에 엎드려 비 맞으며 김을 매니
그 모습 흙투성이 어찌 사람 모습이랴..
왕손 공자들아 농부를 멸시 마소
그대들의 부귀호사가 모두 농부(나) 덕분이라오..
푸른 잎 새 곡식은 여물지도 않았는데
아전들이 벌써부터 조세 내라고 다그치네..
나라 부강하게 하는 일이 농부 손에 달렸거늘
어찌 이리 모질게도 농부들을 침탈하나..
代農夫吟 대농부음
帶雨鋤禾伏畝中 대우서화복무중
形容醜黑豈人容 형용추흑기인용
王孫公子休輕侮 왕손공자휴경모
富貴豪奢出自儂 부귀호사출자농
新穀靑靑猶在畝 신곡청청유재무
縣胥官吏已徵租 현서관리이징조
力耕富國關吾輩 력경부국관오배
何苦相侵剝及膚 하고상침박급부
*鋤(서)호미 畝(무.묘)이랑 豈(기)어찌 休(휴)금지하다 말다 侮(모)업신여길 輕侮(경모):깔보아 업신여김 儂(농)나 자칭대명사 猶(유)오히려 徵(징)거두다 징수하다 力耕(역경):힘들여 농사짓다 吾輩(오배):우리들 즉 농부들 何(하)어찌 剝(박)벗기다 及(급)미칠 膚(부)살갗
*이규보(李奎報,1168~1241)경기도 여주출신의 고려 명문장가이자 문신으로 자는 춘경(春卿)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 본관은 황려(黃驪=여주)이다.
눈 속에 친구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고
눈빛이 종이보다 더욱 희길래
채찍 들어 내 이름을 써놓고 간다
바람아 눈 위에 쓴 글씨 지우지 말아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려 주면 좋으련만
雪中訪友人不遇 설중방우인불우
雪色白於紙 설색백어지
擧鞭書姓字 거편서성자
莫敎風掃地 막교풍소지
好待主人至 호대주인지
遇(우):만나다 우연히 만나다 於(어):~보다 더 擧(거):들다 鞭(편):채찍 書(서):쓰다 姓字(성자):姓과字 姓名(성명)을 소중히 여겨 평소에 名(명)대신 號(호)나 字(자)를 썼다 莫敎(막교):~ 못하게 하다 莫(막):없다 말다 敎(교):~를 하게하다 가르치다 掃(소):쓸다 待(대):기다리다 至(지):오다 이르다
訪友不遇(방우불우)는 친구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했다는 뜻으로 한시에 자주 나오는 주제다. 지금처럼 통신이 발달한 세상이 아니어서 편지 한 통을 보내는 일도 비용이 만만찮은 지라 미리 약속을 정할 수 없는 일이니 큰마음을 먹고 찾아갔어도 만나지 못 하는 일이 간혹 있었으리라. 그러나 이대로 돌아가려니 안타까운 일, 집 마당에 쌓인 눈 위에 채찍을 들어 큼직하게 이름을 써놓고 발길을 돌렸다. 친구가 집에 돌아와서 그 이름을 보면 얼마나 반가워할까. 그러나 눈이 녹아버리거나 바람이 눈밭을 쓸고 지나가면 지워질 터이니 이 또한 씁쓸한 일 아닌가. 친구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殘雪(잔설)처럼 남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