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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밤(雪夜)

김참봉 2022. 1. 2. 13:09

눈오는 밤

사방에 산이 감옥을 둘러싸 눈 바다 같은데

이불은 무쇠처럼 차갑고 꿈은 한낱 재와 같도다

철창으로도 오히려 잠글 수 없는게 있나니

밤중에 들리는 종소리 어디에서 오는가

 

雪夜   

四山圍獄雪如海  사산위옥설여해   

衾寒如鐵夢如灰  금한여철몽여회    

鐵窓猶有鎖不得  철창유유쇄부득    

夜聞鐘聲何處來  야문종성하처래   

 

*圍獄(위옥) : 감옥을 에워싸다.   鎖(쇄) : 닫다, 잠그다.

한용운(萬海 韓龍雲, 1879~1944)은 1919년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참여했으며, 일제에 체포되어 3년형을 받았다. 출옥 후인 1922~23년 민립대학 설립운동과 물산장려운동 등의 민족운동에 참여했다.  1936년 신채호의 묘비건립과 정약용 서세100년기념회 개최에 참여했다.  1940년 창씨개명 반대운동과 1943년 조선인 학병출정 반대운동을 전개했다. 일제의 극심한 탄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비타협적인 독립사상을 견지하다가, 조선총독부와 마주보기 싫다며 북향으로 지은 성북동 집에서 조국 해방을 바로 한해 앞 둔 1944년 66세의 나이로 타계한다.  “무쇠처럼 찬 이불 속”이니 그 겨울 만해의 옥고는 인간인내의 한계점에 다다를 정도였나 보다.  그런데 철창의 쇠창살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눈(일제)은 온 산을 뒤덥고 있다. 그러나 그의 정신까지 철창으로 잠글 수는 없노라 하며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조국광복)에 한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