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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 가련에게(可憐妓詩 ) 이별(離別)..

김참봉 2022. 1. 3. 16:12

기생 가련에게
가련한 행색의 가련한 몸이
가련의 문 앞에 가련을 찾아왔네..
가련한 이 내 뜻을 가련에게 전하면
가련이 이 가련한 마음을 알아주겠지..

可憐妓詩   가련기시
可憐行色可憐身 可憐門前訪可憐 가련행색가련신 가련문전방가련
可憐此意傳可憐 可憐能知可憐心 가련차의전가련 가련능지가련심

*可憐이라는 기생 이름에 빗대기 위하여 연마다 ‘可憐’을 넣어 시를 지었네요.   김삿갓은 함경도 단천에서 한 선비의 호의로 서당을 차리고 3년여를 머무는데 가련은 이때 만난 기생의 딸이다.   힘든 방랑길에서 모처럼 갖게 되는 안정된 생활과 아름다운 젊은 여인과의 사랑...  그러나 그 어느 것도 그의 방랑벽은 막을 수 없었으니 다시 삿갓을 쓰고 정처없는 나그네 길을 떠난다.
*김삿갓은 붙잡는 가련의 손을 떼내고 다시  방랑길을 떠날 때 다음과 같은 시를 써줍니다.

이별
가련의 문 앞에서 가련과 이별하려니
가련한 나그네의 행색이 더욱 가련하구나..
가련아, 가련한 이 몸 떠나감을 슬퍼하지 말라.
가련을 잊지 않고 가련에게 다시 오리라..

離別   이별
可憐門前別可憐 可憐行客尤可憐 가련문전별가련 가련행객우가련
可憐莫惜可憐去 可憐不忘歸可憐 가련막석가련거 가련불망귀가련

 

*그런데 한 번 떠난 발길이 쉽게 멈춰지겠습니까?  김삿갓이 다시 돌아왔을 때 가련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가련은 김삿갓을 기다리다 결국 병이 나서 세상을 뜬 거지요..  하여 김삿갓은 가련의 무덤을 찾아가 가련의 넋을 위로하며 또 한 수 시를 씁니다.   

 

헤어진 후 어찌 잊었을까마는

그대는 백골  나는 백발..

거울 속 내 몰골 처량한데 봄마저 쓸쓸하구나

바람 소리 소소하고 그대 음성 들을 길 없는데 달빛만이 망망하구나

 

一別從後豈堪忘 일별종후개심망    

汝骨爲粉我旨霜 여골위분아지상    

鸞鏡影寒春寂寂 난경영한춘적적    

風蕭音斷月茫茫 풍소음단월망망 

*豈(기.개):어찌  堪(심):견디다  忘(망):잊다   霜(상):서리  머리털이 셈의 비유 

鸞鏡(난경):난새를 뒷면에 새긴 거울   鸞(란)난새   鏡(경)거울 

 

*이러한 가련의 이야기가 가련했던지, 작곡가이자 가수인 신중현 선생이 1997년에 ‘가련기시’라는 노래를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