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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보며(看鏡)

김참봉 2022. 1. 12. 11:45

거울을 보며

백발이시여!  자네 김진사 아닌가

나 역시 한때(청춘)는 옥처럼 고왔는데

주량이 느는 만큼 가진 돈은 말라갔지

세상사 알만하니 백발이 새롭구나..

 

看鏡    간경

白髮汝非金進士  백발여비김진사

我亦靑春如玉人  아역청춘여옥인

酒量漸大黃金盡  주량점대황금진

世事纔知白髮新  세사재지백발신

 

白髮(백발): 백발이시여!    汝(여): 너  자네   非(비): 아니다  ~이 아니던가 

我亦(아역): 나 또한    靑春(청춘): 청춘    如(여): 같다   如玉人(여옥인): 옥처럼 고운 사람

漸(점): 점점 점차    酒量漸大(주량점대): 주량이 점점 많아지다    盡(진): 다하다   黃金盡(황금진): 황금이 다해버렸다   

世事(세사): 세상사   纔(재): 겨우   知(지): 알다  알만하다   白髮新(백발신): 백발이 새롭다

 

아이들 커가는 것은 보여도 자신이 늙어가는 것은 못 느끼는 것이 어른들의 흔한 착각 중 하나다. 김삿갓이 어느 날 거울을 들어다 보았다.  그 속에 낯 선 백발 노인네가 보였다.  젊었을때 옥과 같은 모습은 어디가고 빈털터리 술에 찌든 노인네가 거울 안에 있다.   인생 백년이 문풍지 사이로 말이 달려가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순간이라지만 김삿갓도 순간 당황했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김삿갓이다.   거울 속 자신의 얼굴에게 묻는다.  “어이 자네 흰머리! 그대가 정녕 김삿갓이란 말인가?” 인생무상을 재치와 해학이 넘치는 자문자답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쓴웃음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