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13편]병연은 어릴 때부터 공부 욕심 많아 그날 배운것은 그날 완벽하게 익혀

김참봉 2010. 11. 16. 11:59

 

 

 양주의 본가에서 집을 떠날 때 어머니인 함평이씨가 두 형제에게 여러 권의 책을 챙겨주면서

글을 열심히 배우라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에 더욱이 어린 병연이는 어머니의 당부를 잊지 않고

서당에서나 집에서나 글공부에 열중했다. 

 

김성수 내외는 두 형제의 심증을 헤아려 친자식 이상으로 따뜻하게 보살펴주어 병하와 병연은 더이상의 절망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삶에 적응돼 갔다.

새로 입학한 서당에도 열심히 다녔고, 형제는 같은 급으로 천자문을 배웠다.

병하는 양주의 집에서 별도로 고용한 훈장에게서 천자문을 거의 다 배운 상태이고, 병연이도 천자문을 읽다가 중단된 상태여서 이곳 훈장께서 천자문을 완벽하게 배워야 된다면서 형제에게 천자문을 권유해 훈장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두 형제는 열심히 서당에 다녔다.

오늘도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인데도 형제는 양부인 김성수가 볏짚으로 엮어 만들어준 도롱이를 뒤집어쓰고 서당에 다녀와서 병연이는 훈장이 내어준 숙제를 하나하나 암기하며 읽고 쓰고는 앞마당 뜰에 나와 멀리 보이는 앞산을 바라보았다.

병연이는 이곳 곡산에 도착한 다음날부터 남쪽의 아득한 평지에 우뚝 솟은 산봉우리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바라보는 것이 이제는 습관화돼 자주 바라보곤 했다.

곡산의 지형은 북부로는 언진산맥과 동남으로 뻗어 내린 아호비령산맥의 1,000m이상 높이의 많은 산으로 둘러 쌓여 곡산천을 중심으로

둥글게 분지형태를 이루고 거대한 두 산맥으로 둘러있어 마치 큰 함지박 속과 같았고, 그 한가운데에 밥주발을 엎어놓은 듯 곡산의 한가운데에 산봉우리가 동그라니 솟아있으니 병연에게는 볼수록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봉우리를 훨씬 지나 남쪽을 가로지른 아호비령삼맥을 함께 바라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 높고 험준한 산맥을 넘으면 양주골의 자기 집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럴때마다 병연이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언젠가는 소리 내어 엉엉 울어서 김성수 내외가 부둥켜 안고 달래어 주기도 했다.

병연이가 넋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누렁이 암소가 마당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뒤따라 김성수가 소먹이 꼴을 한 지게 지고 누렁이 뒤를 따라 들어왔다.

누렁이는자기 방인 외양간으로 들어가고 김성수는 외양간 문 앞에 꼴지게를 내려놓았다.

"아버지?"

병연이는 양부인 김성수가 꼴지게를 내려놓기가 바쁘게 불렀다.

김성수는 의아해하며 대답대신 병연이를 바라보았다.

"저 앞에 둥글게 솟은 산 이름을 뭐라고 부르죠?"

"응. 곡산관아 건너에 있는 산 말이지? 그건 계수리에 있는 산인데, 이곳에선 삿갓봉이라고 부르지"

병연이는 김성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외양간 바깥벽에 걸려있는 삿갓으로 시선을 돌렸다.

양부인 김성수가 비오는 날이면 이 삿갓을 쓰다가 이곳에 걸어놓아 항시 눈에 띄는 삿갓이었다.

병연이는 앞 건너편에 있는 삿갓봉과 외양간벽에 걸린 삿갓을 번갈아 보았다.

생김새가 서로 닮은꼴이었다.

병하와 병연이는 이 해가 다가기도 전에 천자문을 떼었고, 곧이어 동몽선습(童夢先習)을 배우기 시작했다.

천자문은 한자 1,000자로 4언 고시 250구를 지어 꾸민 교재였고, 동몽선습은 조선시대 때 박세무(朴世茂)가 엮은 교재로써 오륜(五倫)의 요점과 총론, 우리나라와 중국의 역사 등을 간략하게 서술한 책이었다.

두 형제는 공부하는 교재가 바뀌면서 새로운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병연이는 서당의 학동들 중에 제일 막내였고, 어리면서도 공부하려는 의욕이 남보다 앞섰다.

그날 배운 것은 집에 와서 몇 번이고 읽고 쓰고 완벽하게 익힌 다음 붓을 놓았다.

 

출처 : 난고 김삿갓 기념화사업회
글쓴이 : 임종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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