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래의 난이 평정되기도 전에 이미 김병연의 할아버지인 선천부사 김익순은 반란군에 항복해 동조한 죄로 정부군에 최포돼 의금부에 갇히게 됐다.
그는 반란군에 항복해 동조한 죄에서 벗어나려고 농민군이었던 조문형(趙文亨)에게 돈 1천냥을 주기로 약속하고, 반란군의 참모로 활약하던 김창시(金昌始)의 목을 베어서 자신이 사살한 것처럼 꾸며 조정에 바치도록 했다.
이에 조문형은 김창시의 목을 베어 조정에 바쳤으나 김익순은 돈 1천냥을 지불하지 않아 조문형은 정부에 이 사실을 고발함으로써 김병연의 할아버지는 모반대역죄로 1812년 3월 9일 홍경래의 난이 평정되기도 전에 참수형을 당했다.
이로서 김병연의 할머니도 그의 친정인 경기도 광주의 관비가 됐고, 김병연의 형제가 양주의 집을 떠나고 나서 집과 재산은 모두 몰수당했다.
그리고 관비로 끌려간 할머니는 그 해 4월 15일 갑자기 사망하므로 김병연의 가문은 걷잡을 수 없이 몰락해갔다.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곡산에 있는 김성수의 집으로 피신 온 김병연의 형제는 종복이었던 김성수 내외를 아버지, 어머니라 부르며 김성수의 보호 아래 하루하루를 지냈다.
김성수는 이곳에서 곡산민란이 있은 후로 관아에서 보는 곡산민들에게 대하는 예민한 관계도 있거니와, 곡산민란이 일어난 후 10개월 만에 이곳 황해도의 접경 넘어 평안도에서 홍경래의 난이일어나 더더욱 그의 신경이 예민했다.
만약 자기 집에 피신해 있는 병하와 병연이가 선천부사 김익순의 손자로 밝혀진다면 두 형제는 물론 김성수 자신도 은닉죄로 끌려갈 것이고, 그쯤 되면 그도 대역죄인인 선천부사였던 김익순의 심복인 종복으로 밝혀지기 때문에 그는 주위의 경계를 한시도 늦추지 않았다.
더욱이 요사이는 홍경래의 난이 평정되자 살아서 도망친 농민군최고지휘부에서 활약했던 인사들을 찾느라 혈안이 돼 있었고, 평안도와 접경지역인 황해도에도 관아에서 살피는 눈은 예외가 아니었다.
다행스럽게도 김병연의 형제가 너무 어려서 의심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안도하며 김성수는 두 형제에게 집에서 멀리 나가지 말라고 항시 당부했다.
김성수는 김병연 형제가 곡산에 도착한 지 두 달이 지나서야 어렵사리 이들 형제를 집에서 오리가 넘는 서당으로 보내게 됐다.
이는 병하와 병연이를 양주의 본가에서 데리고 떠날 때 병연이의 어머니인 함평 이씨가 두 형제를 서당에 서당에 보낼 것을 간곡히 부탁했기에 마님의 당부를 져버릴 수 없어 여러 곳으로 수소문 하다가 정한 서당이었다.
그 당시의 서당은 설립주체에 따라 유형별로 보면, 훈장이 서당을 세워 학동들을 모집하여 가르치는 자영서당,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집에서 서당을 세우고 훈장을 고용하는 유지독영서당, 몇 명이서 함께 운영비를 부담하고 훈장을 초빙해 그들의 자제들만 가르치는 유지조합서당, 한마을 전체가 주체가 돼 훈장을 두고 마을 아동들을 가르치는 촌조합서당으로 그 유형이 나뉘어 운영됐으며, 서당이 운영되는 지역적 밤위가 군현(郡縣)에 속한 면이나 동리를 단위로 학동들을 모집해 글을 가르치기도 했다.
김성수는 김병연의 형제가 다닐 수 있는 서당을 찾느라 여러 곳을 물색해 보았다.
십여 리가 넘는 관아근처의 서당은 벼슬의 서열과 부의 서열을 노골적으로 따지는 서당이어서 애초에 배제했고, 오리가 조금 넘는 촌조합서당으로 정했다.
이는 곡산으로 피신해온 김병연의 형제에게 인적(人跡)의 부담이 없고, 가르침의 댓가로 훈장이 원하는 금액이나 곡물을 바치면 서당이 나가서 누구나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병하와 병연 형제는 서당에 다니면서부터 움츠렸던 마음의 활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는 아무 영문도 모른 채 부모와 헤어져 거의 3개월 동안 종복인 김성수의 집에 와서 하루하루를 방안에 숨어서 공포와 초조 속에서 지내다가 집밖의 출입은 물론, 양주의 집에서처럼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돼 이들 형제에게는 새로운 기쁨과 활기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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