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23편]갈고닦은 글재주 마음껏 펼친 뒤 뿌듯...단종 애사 얽힌 관풍헌 나와 청령포로... 청령포 병연은 회심이 만연한 기분으로 어깨를 들어 기지개를 펴고 나서 지필묵을 필낭에 넣고 글이 담긴 화선지를 구겨지지 않게 가볍게 두루마리로 말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앉은 틈사이로 조심스럽게 걸어 나오며 주위를 훑어 보았다. 어느 사람은 몇 자 적어놓고 손바닥 위로 턱.. 나의 이야기 2010.11.16
[스크랩] [22편]불충 저지른 김익순 시제로 구구절절 분노 조부라는 사실 모르고 一筆揮之 시상(詩想)을 정리한 병연은 눈을 뜨고 주위를 한 바퀴 들러본 후, 벼루위에 놓인 붓을 들고 화선지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日爾世臣金益淳 鄭公不過卿大夫 일이세신김익순 정공불과경대부 將軍桃李농西落 烈士功名圖末高 장군도리농서락 열사공명도말고 詩人到此亦慷慨 撫劍悲歌秋水溪 시인도차.. 나의 이야기 2010.11.16
[스크랩] [21편]영월 관풍헌 백일장에서 조부 김익순의 `대역죄를 탄하라`는 시제(詩題)를 받다 (사진은 영월 관풍헌) 마당에는 어머니와 형님 내외가 먼저 나와 병연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다녀 오거라" 어머니의 대답은 짤막했다. 그러한 어머님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병연은 수심이 가득한 어머니의 얼굴을 읽지 못한 채, 옆에 서있는 형님 내외분.. 나의 이야기 2010.11.16
[스크랩] [20편]그동안 쌓은 학문 겨룰 영월 향시(鄕詩) 열려 온식구 기대 속에 장원 꿈꾸며 길 떠나 병연은 형인 병하의 목소리를 듣고 그의 신방이기도 하고 글방인 윗방에서 아랫방으로 통하는 장지문을 열고 성급히 들어선 형을 바라보았다. "형님. 불렀어요?" "응. 내 지금 읍내에서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길인데, 이틀 후 영월부 관풍헌(觀風軒)에서 백일장(白日場)을 연다고 읍내 곳곳에 방(傍)을 .. 나의 이야기 2010.11.16
[스크랩] [19편]병연은 공령시에 심취, 시문에 열중 형 병하는 삯일하며 살림 거들어 병연은 이곳으로 이주해 온 후 해를 거듭할수록 어머니가 내놓은 서책들을 공부하면서 시문에 더욱 열중했고, 특히 공령시(功令詩)에 심취돼 잠시도 글공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러나 형인 병하는 글공부에 실증을 느끼기에 이르렀다. 이토록 방구석에 틀어박혀 공부해봤자 무모한 일 같았고, 집.. 나의 이야기 2010.11.16
[스크랩] [18편]어머니 이씨, 꼭꼭 쌓놓았던 서책뭉치 풀었으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책이라 끝내 밝히지 않아 삼옥리(三玉里)는 영월 읍내에서 동쪽으로 삼옥재를 넘어 끝없이 이어지는 산골짜기 사이로 동강이 그림같이 검푸르게 흐르는 곳이었다. 지금까지 이들 세 모자가 이주하는 곳은 모두 다 남의집 사랑방이나 행랑채였다. 함평 이씨는 수없이 이주하는 곳마다 날품팔이와 삵바느질의 일감을 개척해야 .. 나의 이야기 2010.11.16
[스크랩] [17편]어머니 이씨, 여주와 평창 전전하며 삯바느질 어려움속에서도 글공부 가르치는 것 잊지 않아 곡산을 떠난 지 열흘이 넘어서야 검푸르게 흐르는 남한강이 보이는 여주의 어느 마을 어귀에 자리 잡은 초가집의 사랑채에 여장을 풀었다. "여기가 우리가 살 집이란다." 어머니의 나지막한 말이었다. 형인 병하는 양주의 집에서 곡산으로 피신 할 때 집안사정을 눈치 챘는지 현실의 결과에 덤덤한 표.. 나의 이야기 2010.11.16
[스크랩] [16편]멸족 면한다는 낭보 접하고 곡산을 떠나다 홍경래의 난이 수습된 지 2년여 만에 기쁜 소식이 함평 이씨에게 전해왔다. 시아버지인 '김익순의 죄는 본인에만 한하고 후손에게 연좌된 죄를 사면한다'는 소식이었다. 이를테면 멸족에서 폐족으로 사면되는 것이다. 그 당시 폐족(廢族)이란 조상이 죄를 지고 처형을 받았을 때 그 자손이 벼슬을 할 .. 나의 이야기 2010.11.16
[스크랩] [15편]대역죄인 집안의 수모, 가족 모두 호되게 감내 2년여의 헤어진 기간동안 그 고왔던 병연의 어머니는 모진역경에 시달린 듯 야위었고, 평민복을 입고 계신 것은 필히 어떠한 변고가 있었음을 어린 병연은 직감했다. 비록 수척했지만 어머니의 눈망울은 예전처럼 인자하게 빛났다. 하루의 해가 다하고 병하와 김성수가 소를 몰고 집으로 들어서면서 .. 나의 이야기 2010.11.16
[스크랩] [14편]남루한 차림의 어머니와 상봉 병하와 병연이가 곡산의 김성수 집으로 온지도 벌써 세 번째의 봄이 지나고 있었다. 햇수로 따지면 2년하고도 몇 개월이 더 지난 셈이다. 그동안 형제는 열심히 서당을 다녔고, 그러는 사이 천자문, 동몽선습의 진도가 마무리단계에 이르렀다. 다만 여기까지 배우면서 가르치는 훈장의 품위는 예전에 .. 나의 이야기 2010.11.16